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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산을 뒤덮은 러브버그, 불편 속 숨겨진 진실은?

무료색칠나라 2025. 6. 30. 09:45

여름이 본격화되면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붉은등우단털파리, 일명 '러브버그'의 대량 출몰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천 계양산에서는 이 곤충이 산 전체를 뒤덮다시피 해 등산객들의 불편이 극심하다고 전해지며, 관련 목격담이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시각적으로는 혐오감을 유발하지만, 생태계에는 이로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러브버그는 올여름 우리에게 복잡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러브버그, 그들은 누구인가?

'러브버그'는 붉은색 가슴과 검은색 날개를 가진 소형 곤충인 '붉은등우단털파리'를 지칭하는 별칭입니다. 암수가 짝짓기 상태로 며칠 동안 함께 날아다니는 모습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곤충은 본래 중국 동남부나 일본 오키나와 등 아열대 기후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종입니다. 국내에서는 2015년 처음 관찰된 이후, 2022년부터 서울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대까지 서식지를 넓히며 확산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고온다습한 환경을 선호하며, 이상 고온과 장마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이른 6월 중순부터 출몰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계양산을 뒤덮은 불편, 시민들의 목소리

최근 인천 계양산에서는 등산로 바닥이 러브버그 사체로 빽빽하게 쌓여 검은색 아스팔트처럼 변했고, 산 정상은 날아다니는 러브버그 떼로 인해 시야가 까맣게 제한될 정도였다는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은 기절할 것 같다", "사실상 러브버그가 산 정상을 점유했다", "재앙 수준"이라는 등의 반응이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수 올라왔습니다. 일부 등산객들은 얼굴로 날아드는 개체들을 피하기 위해 나뭇가지를 휘두르거나 숨 쉬기조차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인천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전역에서도 러브버그로 인한 민원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지난해 9,296건으로 전년(4,418건) 대비 2배 이상 늘어났으며, 2020년 667건에서 2022년 1,489건으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이 곤충들은 방충망과 자동차에 달라붙고, 때로는 집 안으로까지 침투하여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한 편의점 직원은 더위에도 문을 열어 놓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으며, 버스정류장이나 차량 유리창에 떼를 지어 붙어 미관을 해치기도 합니다. 비록 사람을 물거나 병균을 옮기지는 않지만, 특유의 생김새와 사람에게 날아드는 습성 때문에 많은 시민에게 혐오감과 불쾌감을 주는 '생활불쾌곤충'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익충인가, 해충인가? 러브버그의 두 얼굴

러브버그는 시각적인 불쾌감에도 불구하고, 생태계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익충'으로 분류됩니다. 유충 시기에는 낙엽과 같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며, 성충이 되어서는 꿀벌처럼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수분을 돕습니다. 또한, 각종 어류, 새, 다른 곤충들의 먹이가 되어 생태계 먹이사슬의 한 부분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사람을 물거나 독성이 없으며,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대량으로 출몰하여 시민들의 눈과 코, 입으로 날아들거나 옷에 달라붙는 등의 행동은 큰 불쾌감을 유발합니다. 서울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민의 86%가 "이로운 곤충이라도 대량 발생해 피해를 주면 해충으로 본다"고 답했을 정도로, '익충'이라는 설명은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불편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이는 러브버그가 가진 '익충'으로서의 가치와 '생활불쾌곤충'으로서의 인식이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대량 발생의 원인과 해결 노력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러브버그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뛰어난 번식력입니다. 한 번에 200~300개씩 알을 낳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특정 시기가 되면 개체 수가 순식간에 불어납니다. 또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원래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던 러브버그가 한국에서 서식지를 넓혀 가는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도심의 '열섬 현상' 또한 러브버그가 도시에서 대발생하는 이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거에는 부엽토가 많은 산지에서 주로 번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관찰 결과 아파트 화단 정도의 작은 흙만 있어도 대발생을 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들은 꽃의 꿀을 먹고 살며 꽃 색깔과 유사한 흰색을 선호하고, 차량 매연 냄새를 부엽토 냄새로 착각해 유인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지자체와 전문가의 대응

러브버그가 익충이라는 특성 때문에 지자체와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화학적 방역을 가급적 피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살충제를 사용할 경우 러브버그 외의 다른 이로운 곤충들까지 죽여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으며, 이는 오히려 새로운 종의 대발생을 부추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살충제가 인체와 환경에 미칠 악영향도 고려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의 생존 기간이 짧아 7월 중순 무렵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대량 발생 후 약 2주 이내에 자연 소멸하는 특성이 있고, 햇빛이 강해질수록 활동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민 불편이 지속되면서 지자체는 친환경적인 방제 수단을 연구하고 적용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방제 노력

  • 광원 포집기: 불을 켜서 러브버그를 유인하고 팬을 이용해 빨아들이는 방식입니다. 비행 능력이 좋지 않은 러브버그에게 효과적이며, 하루에도 수백 마리가 포획될 정도로 효율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유인제 포집기: 꽃향기가 나는 페닐 아세트알데하이드 등 벌레가 좋아하는 향을 풍기는 물질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전기 연결이 필요 없어 설치 및 유지가 용이하며, 러브버그만 특이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물질을 찾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 살수 작업: 부천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민 생활에 불편을 주는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살수 차량을 투입하여 물을 뿌리는 제한적인 방역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러브버그는 물에 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물을 사용하여 쫓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 특별 관리 구역 지정 검토: 대규모 출몰이 확인된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계절별 집중 포집 및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러브버그를 박멸하기보다는 사람과 러브버그가 서로 불편함을 줄이고 '공존'할 수 있는 접점을 찾기 위한 시도로 이해됩니다.

러브버그와 공존하는 지혜로운 방법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러브버그로 인한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생활 방역 수칙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들은 살충제 사용 없이 친환경적으로 대응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 야간 조명 밝기 최소화: 러브버그는 밝은 불빛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야간 가로등이나 아파트 현관 등으로 몰려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빛 주변에 끈끈이 패드를 설치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외출 시 어두운 옷 착용: 밝은 색에 쉽게 끌리는 특성이 있으므로 외출 시에는 어두운 색 옷을 입는 것이 러브버그가 달라붙는 것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 물 뿌려 제거하기: 벽이나 창문에 붙은 러브버그 개체는 살충제 대신 휴지나 빗자루를 이용하거나 물을 뿌려 떼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물 한 컵에 구강청결제나 주방세제를 섞어 문틈이나 창틀에 뿌리면 접근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방충망 점검 및 보수: 실내 유입을 막기 위해 방충망의 틈새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차량 부식 방지를 위한 세차: 차량에 달라붙은 러브버그는 부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자주 세차하여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매년 여름 찾아오는 러브버그는 기후변화가 가져온 생태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특정 종의 대량 발생은 생태계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결국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무더기로 찾아오는 러브버그를 통해 우리는 자연과의 공존 방식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